현의 노래
김훈 장편소설
2004년에 생각의 나무에서 출판되어 2005년 2007년 2010년에이어 2012년에 문학동네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칼의 세계에 울려퍼진 열 두줄 현의 소리라..운치있지 않은가..
토속적인 한국형 역사소설로 이만할수가 없다
또 비교적 신라와 가야, 음악에 관해 어느 정도 깊이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책이다.
현의 노래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주경준감독, 주연으로는 안성기, 이성재, 왕석현, 문정희등 이름있는 배우들이 출연..
소설가 김훈에 대하여
1948년생 휘문고, 고려대학교 중퇴
언론인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김구를 보좌했던 아버지 김광주가 사망하고 군제대후 가장노릇을 해야했다.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기자로서 언론인활동을 이어나갔고 국민일보, 한겨례, 시사저널등에서 일을 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지만 영문과로 전과하여 중퇴한 삶의 궤적만큼 글이나 책, 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고 기자생활에서도 글을 쓰거나 옮기는 일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1986년 문학기행을 시작으로 1995년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발표했고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에세이등을 썼다
2001년 이순신장군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인 칼의 노래가 대성공을 거뒀고 2004년 현의 노래와 화장, 2005년 언니의 폐경, 2007년 남한산성, 2011년 흑산, 2022년 영웅이 아닌 인간 안중근을 다룬 하얼빈으로 전업작가로서 자리잡았으며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등을 수상해 매력있는 문장력을 인정받았다.
남한산성에 이은 2번째 김훈님의 소설리뷰.
참고사항으로 나는 김훈님의 단편소설을 접하고 나서 현의노래, 칼의노래, 남한산성순으로 책을 접했다.
이상하게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역사장편소설인 위 3개와 그냥 취미로 문학을 즐기는 서생으로서 화장 등의 단편소설말고는 김훈님의 에세이라던지 여행산문집에는 잘 손이 가지 않았다.
현의 노래는 뭔가 한국형 무협소설의 느낌이 난다.
문체와 냉소적인 분위기에 현의 노래는 고평가받지 못하고 책이 잘 읽힌다는 독자들이 많은 편이다.
난 오히려 매우 재밌게 읽었다.
누가 가야의 이야기..악사 우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나?
아시다시피 현의 노래의 주인공이라고 해야하나, 주요인물이라고 해야하나.
포인트에는 가야국의 악사 우륵이 있다.
내가 우륵에 대해 알고있는 단편적인 지식은 대가야, 금관가야, 아라가야, 고령가야, 성산가야, 소가야, 비화가야 등 7-10개국에 이르던가야국에서 금관가야의 대를 이어 세력을 잡은 대가야의 예인, 악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전부 중국에서 받아 이어 내려왔다시피한 우리 음악에 가야금이라는 선물을 준 현인이기도 하다.
12금의 가야금에 맞추어 12곡을 작곡한 우륵.
그 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한 후계자들에 의해 5곡으로 축소되나 우륵은 동의했다고도 전해지고.
세력이 기울던 가야를 떠나 전성기를 맞이하던 신라에 투항하고 국원에 예치되어 음악을 연구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국원이 충주에 있어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
가야금을 타던 곳이라하여 임진왜란때의 패전지, 탄금대가 유래된걸로 알고 있다.
음악을 연구하던 예인으로서 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며 타국의 왕을 위해 연주해야 하는 그 심정을 나는 잘 모르겠다.
진흥왕 앞에서 탄주하며 "전하가 무너뜨린 나라의 소리" 라고 말하는 우륵의 체념적이며 도전적인 말이며, 진흥왕의 "온 백성을 편안케한 소리" 라는 음악의 평가 앞에서 울부짖지도 못하며 그저, 그저 우륵은 가야의 음악을, 자기 고향의 음악을, 백성들의 소리를,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지켜보며 악기에 자신의 감정, 생각을 담아내고자 했을 것이다.
그것이 예술이며, 그것이 창작이며, 그리고 사람이며, 악기를 가진 자의 숙명이었을테니까.
철의시대, 철의나라 가야. 여기서 내가 더 주목됐던 점은 대장장이 야로였다.
야망있는, 그리고 그런 능력이 있는, 그리고 현실적인, 냉철한 듯한 사나이.
세 소설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김훈님의 소설에서는 꼭 이런 역할의 여성이 하나씩 등장한다.
남한산성의 나루, 현의 노래의 아라, 칼의 노래의 여진.
어려운 시대를 사는, 살았던, 허망한 세상에 희망이자 절망을 남겨주는 여인들.
힘없는, 그러나 강한. 누가 그랬던가. 여자는 슬픈 짐승이라고.
야로는 묵묵히 철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누가 철을 써야할지 고민한다.
그 힘. 힘을 만들어 낼줄 아는 능력.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저주일 것이다.
그 능력으로 인해 살해당하고 비교되듯이 우륵은 '죽고나면 음악도 없는 것' 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어떻게보면 똑같이 나라를 저버린 자. 우륵과 야로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금도 그러하듯이. 위험한 자와 덜 위험한자로 분류된 것일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철과 소리.
소리와 철.
계속 이어지는 전쟁. 가야는 결국 신라에 복속된다.
그러나 그 역사적사실은 현재 그다지 비중이 없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만이 있을뿐이다.
요 근래 조금 조명을 받고 있다고 하나 가야는 어려운 나라일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며, 신라, 백제, 고구려와의 관계.
그 나라들안에서 살아남으려한 가야의 몸부림을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야는 가야금을 남겼다.
철의 나라라는 이름을 남겼다.
가야금은 현 국악기중에서 제일 대표적인 현악기일 것이며,중,고등학교때 배우는 구지가와 수로왕설화로 남아있다.
그렇다. 역사는 남는 것이다. 또 전승되는 것이다.
그러나 잊혀지기도 하며, 변하기도 하며 굴복하기도 하며, 승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의되지 않는 그 무엇일 것이다.
우륵도, 니문도, 아라도, 진흥왕도, 야로도, 이사부도 그럴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광고카피처럼 그대, 무엇을 바라는가.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 그 이상.
그 이상을 위해 인간들은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제일 아쉬운 점은 현 시점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다.
우리나라의 국악이며 가요며 예술이다. 그리고 혼이다.
언제까지 안타까워 해야하는 걸까.
현의 노래 역시 나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현의 멈추지 않는 울림과 우륵의 탄식을 내 가슴 속에 남겼다.
그리곤 슬퍼졌다.
현의 노래 인상깊은 구절모음
니문아, 네 말이 너무 어렵구나. 이 널판이 악기가 되는 날, 아마도 알수 있을런가.
-사람이 그 덧없는 떨림에 마음을 의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떨림과 소리의 떨림이 서로 스며서 함께 떨리기 때문이다. 소리는 곱거나 추하지 않다.
- 소리가 곱지도 추하지도 않다면 금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그 덧없는 떨림을 엮어내는 틀이다. 그래서 금은 사람의 몸과 같고 소리는 마음과 같은데, 소리를 빚어낼 때 몸과 마음은 같다.
몸이 아니면 소리를 끌어낼 수 없고 마음이 아니면 소리와 함께 떨릴 수가 없는데, 몸과 마음은 함께 떨리는 것이다.
- 그 떨림의 끝은 어디이옵니까?
-그 대답은 인간세(人間世) 안에 있지 않을 것이다.
떨림의 끝은 알 수 없되, 떨림은 시간과 목숨이 어우러지는 흔들림이다. 그래서 목숨은 늘 새롭고 새로워서 부대끼는 것이며 시간도 그러하다. 소리는 물러설 자리가 없고 머뭇거릴 자리가 없다
소리에는 무겁고 가벼운 것이 없다. 마르지도 않고 젖지도 않는다. 소리는 덧없다. 흔들리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소리의 본래 그러함이다.
나를 그저 내버려두시오.
신라가 가야를 멸하더라도, 신라의 땅에서 가야의 금을 뜯을 수 있게 해주시오.
주인 있는 나라에서 주인 없는 소리를 펴게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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