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루미입니다
오늘은 근 10여년만에 다시 읽어본거같은 일본소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서평포스팅입니다
2000년대초반 가벼운 일본소설들이 한국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켰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이어 히가시노 게이고,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야마다 에이미를 위시하여 많은 일본작가들과 일본소설들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가벼우면서도 무거운..그리고 슬슬 읽히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시각과 환경에서 보이는 소설들이 더욱 그랬던거 같았습니다
저도 딱 그 시류를 타고 무라카미 하루키서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이어서 일본여류작가들인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소설들을 주로 읽으면서 일본역사소설과 일본미스테리추리소설까지 읽어나갔는데 최근에는 통 일본소설이 읽히지도 않고 그렇네요 최근에는 사무라이라는 책과 일본추리소설들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들만 읽어본거 같습니다
책장에 너무 짱박혀서일까요 오래전에 너무 열심히 읽어서일까요 손떼자죽이 자욱한 소장중인 키친입니다
키친은 1988년에 발매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뷔작으로 데뷔작서부터 내놓은 작품들이 다 일본문학상을 수여받으면서 일약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책입니다
저는 2006년쯤에 민음사에서 발매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6천원인가에 책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이며 1964년생입니다 지금은 완전 할머니가 되셨죠
키친을 데뷔작으로 쓴건 23살의 푸릇파릇한 감성에서의 소설이었고요
일본의 사상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아버지 요시모코 타카아키의 영향을 받았던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일본소설의 특징이기도 한 대부분 여성중심의 치유계소설들로 잔잔하고 조용하면서도 독백적인 몽환적인 분위기를 전해주기도 하고 여성문제, 가정문제, 여러 사회문제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필명도 재밌는데 열대지방에서 피는 붉은 바나나꽃을 좋아하여 그런 필명을 정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1987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면서 졸업작품으로 쓴 달빛 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받았는데 키친에도 이 달빛그림자가 같이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1988년에 정식데뷔작으로 발표한 키친으로 카이엔신인문학상, 이즈미 쿄카상을 받고 1989년 츠구미(한국제목 티티새)로 야마모토 슈고로상등을 받아 화제가 되었고 10대와 20대의 일상언어를 옮겨놓은 가볍고 사랑스러운 문체로 요시모토 바나나현상이라는 사회적이슈가 되고 무라카미하루키와 일본독서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기도 했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종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고 하며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주요작품으로는 키친, 도마뱀, 슬픈 예감,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북극점,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츠구미(티티새), 불륜과 남미, 아르헨티나 할머니, 바다의 뚜껑, 도토리 자매, 멜랑코리아 등이 있습니다
어느정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도 읽어봤습니다만..일본 특유의 감성을 잘 전해주면서 뭔가 통통거리는 파닥거리는 느낌을 주고 또 약간은 어설프기도 하면서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키친을 제일 좋아합니다
1.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줄거리 요약
한국에서 발매된 키친은 세가지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로 키친, 둘째로 만월, 세번째로 달빛 그림자입니다
키친과 만월은 1부와 2부로 봐도 좋을 정도로 연결된 소설이고 달빛그림자는 또 다른 연작입니다
키친은 주인공 미카게와 유이치, 유이치의 엄마이자 아빠인 에리코 세명이 등장하는 청춘소설이랄까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로 시작하는 키친은 할머니와 둘이서만 사는 여학생으로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고아가 됩니다.. 갑자기 같은 학교의 학생인 유이치가 동거를 제안하게 됩니다...
솔직히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유이치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인 유카게는 아빠에서 엄마로 성전환을 하여 밤일을 나가는 유이치의 아빠이자 엄마인 에리코를 만나면서 오히려 안정을 찾고 현실에 적응해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노력들을 하게 되고 홀로서기에 나서지만 의외의 미모로 인기를 끌고있던 에리코가 스토킹을 당해 살해당하면서 유이치와 미카게는 가족같은, 남매같은..또 연인같은 공통감정을 느끼면서 여러 사건을 공유하고 서로 일어서기를 시도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88년대의 시대상 치고는 좀 스토리가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남학생과의 동거를 쉽게 받아들이고 (엄마..아니 아빠가 있다해도)
그 시대에 성전환수술을 하고 사는 2인가정의 이야기
스토킹을 당해 살해당하는 일본사회의 어두운 면
근친상간적요소와 양성구유적인 요소, 오컬트적인 요소
연애와 자살과 일과 요리와 부엌과 질투와 시기등이 엮어지면서 어느정도 단단해지는거 같아보이면서도 불안한 그 청춘들의 이야기가 감각적인 문체로 그렇게 어둡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가볍게 읽히는 점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능력이었던거 같습니다
달빛그림자는 히토시라는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사츠기와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 우라라등이 등장하는 소설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망자, 죽은 사람의 기억을 거두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성장이야기로 형을 잃은 동생과 그 형을 사랑했던 젊은 여성이 사랑을 보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또 아름답게 담아낸 소설입니다
두 소설이 다 상처깁기라는 과정의 치유와 전진을 나타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친의 인상깊었던 구절 모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능을 잘 살려 오랜 세월 손때가 묻도록 사용한 부엌이라면 더욱 좋다.............. 정말 기진맥진 지쳤을 때, 나는 문득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부엌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홀로 있어 추운 곳이든, 누군가 있어 따스한 곳이든, 나는 떨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싶다. 부엌이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한다 -p7,8
처음 방문하는 집에서, 지금까지 별로 만난 적도 없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자니, 왠지 천애 고아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둠속에서 비에 젖은 밤풍경이 번져 있는 커다란 유리창, 에 비치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세상에, 나와 핏줄이 닿은 인간은 없고,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모두 가능하다니 아주 호쾌했다. 세상은 이렇게 넓고, 어둠은 이렇게 깊고, 그 한없는 재미와 슬픔을, 나는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내 이 손으로 이 눈으로 만지고 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한쪽눈으로만 세상을 보아왔어, 라고 나는 생각한다. -p16
믿을수 있을까, 아직도 뭔가 숨겨져 있을까,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들으면 들을수록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부엌을 믿었다. 그리고 닮지 않은 이 부자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웃는 얼굴이 부처님처럼 반짝이는 것이다. 나는 그 점에 무척 호감을 품고 있었다. -p22,23
나이 든 사람과 둘이서 산다는 것은 아주 불안한 일이다. 건강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실제로 할머니와 둘이 살 때는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미있게 지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절실하다. 나는 늘 <할머니가 죽는게> 무서웠다.
-p29
신이여, 아무쪼록 살아갈 수 있도록..-p50
꿈의 키친. 나는 몇 군데나 그것을 지니리라. 마음속으로, 혹은 실제로. 혹은 여행지에서. 혼자서, 여럿이서, 단둘이서, 내가 사는 모든 장소에서, 분명 여러군데 지니리라. -p60
어째서 나는 이토록이나 부엌을 사랑하는 것일까. 이상한 일이다. 혼의 기억에 각인된 먼 옛날의 동경처럼 사랑스럽다. 여기에 서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무언가가 다시 돌아온다. .-p77
수 많은 낮과 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였다. 언젠가 유이치가 말했다. 왜 너랑 밥을 먹으면, 이렇게 맛있는거지. 나는 웃으며 식욕과 성욕이 동시에 충족되기 떄문 아닐까? 라고 말했다. 아니야, 달라. 그게 아니야. 웃음을 터뜨리며 유이치가 말했다. 아마 가족이기 떄문일거야. -p135
괜찮아, 괜찮아. 언젠가는 여기서 벗어날 날이 올거야. .-p148
이 장면은 울면서 몇번이나 되새긴 장면이다. 아니 생각날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다리를 건너 쫓아가서, 가면 안 된다고 데리고 돌아오는 꿈을 몇번이나, 몇번이나 꾸었다. 꿈속에서 히토시는, 네가 못 가게 말린 덕분에 죽지 않았어, 라며 웃었다. -p172
히토시.
나는 이제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수 없다. 시시각각 걸음을 서두른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니, 어쩔수 없다. 나는 갑니다.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 어린 시절의 흔적만이, 항상 당신 곁에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손을 흔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흔들어준 손, 고마워요. -p194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의 한글번역은 국내일본전문번역가인 김난주씨가 대부분 맡고 있습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한국등에서 다양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신세대 문학으로 바나나열풍을 일으켰던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은 1997년 홍콩과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감독은 태양유이를 만든 중국감독인 엄호가 맡았고 진소춘, 토미타 야스코, 나가영, 막문위, 유조명, 나관랑등이 출연했습니다 한국의 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나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거 같네요
2022년 4월에는 국내에서 키친의 일부분인 달빛그림자가 영화로 개봉했습니다.
에드문드 여가 감독을 맡았고 유명 일본배우들인 고마츠 나나, 미야자와 히오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자체가 엄청나다기보다는 고마츠 나나의 매력이 물씬 넘쳐나는 영화라고 하네요
재밌게 다시 읽어본 제 청춘의 소설이기도 한 일본소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kitchen 서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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