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교양 강의
저자 : 한 자오치
옮긴이 : 이인호
출판사 : 돌베개
출판년도 : 2009년
중국 사기 연구의 최고 권위자 한자오치의 사마천의 사기 이야기를 한권에 담은 책
한자오치의 북경tv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강의를 보완하여 엮은 책으로 50년 가까이 사기를 연구해온 대표적인 중국석학의 시각을 보여준다.
사마천이 인물을 묘사하고 평가한 방법도 소개하여 사마천의 관점과 태도, 문학적인 면모를 분석, 평가하였다
그래서 사기교양강의의 부제가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라고 붙었을까?
중국의 국학열풍에서도 배울게 분명히 있다.
국학은 중국전통학문이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경제에서 성과를 내자 문화와 역사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데서 고전과 역사에 집중된 활동을 뜻한다.
중국 중앙방송 백가강단 프로그램은 중국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중국고전의 르네상스라는 평가를 받고 이중텐, 위단등 스타강사를 양산하여 중국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와 더불어 북경tv에서도 한자오치의 사기강의, 마쥔의 손자병법강의가 큰 인기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방송에서의 역사강의 시도가 있었으나 거의 실패에 가깝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역사에 대한 논란만 일어났고 갈라치기가 되어 효과적이지 못했으며 역사연구자들은 숱한 분란만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중국의 역사연구와 유행을 역사왜곡, 동북공정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우리나라 역사계는 어떠한가?
대학마다 사학과는 없어지고 있고 역사를 연구하는 학생들은 날로 줄어가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면 문송하다며 사과하여 밥벌이도 못하는 쓸데없는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
역사는 관심과 연구와 발견과 시각과 과거와 미래의 만남이다.
이런 생각을 다시 해보며 사기교양강의를 다시 읽어봤다.
참고로 사기는 당연히 사기치다의 사기가 아니라 역사이야기(기록)의 뜻의 사기다(노잼)
서평- 사기교양강의
사기를 아예 처음 접하는건 아니지만 제왕 12본기, 연대기 10표, 제도 8서, 제후 30세가, 인물 70열전으로된 130편의 사기를, 황제로부터 한 무제에 이르는 3천년의 역사를 기록한 통사를 독파한 일반인은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간 사마천과 「사기」를 연구하여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는 한 자오치 교수가 쓰고 25년간 「사기」연구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이인호교수가 옮겼다는 이 史記교양강의에 게다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강의」의 저자 신영복교수가 추천해준 후속작이라고 했을 때 더 반가웠다.
그러나 여태 동주 열국지,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봉신연의, 초한지 등 흥미위주의 중국소설들만 읽어왔다는 반성아닌 반성을 하며 책장을 열었다.
중국 북경Tv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하고 보충하였다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 목차를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열국지나 초한지에 나오는 인물들, 진시황, 이사, 항우, 유방, 여후, 한신, 장량, 주아부, 황후 두씨, 한무제로 이어지는 인물들에서 「사기」가 보여주는 사마천의 세계로 마무리된다.
10명의 인물을 살펴보고 사기의 저자 사마천과 사기의 성격, 사기의 의미와 영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일단 역시 인물들부터 범상치 않다. 최초의 시황제 진시황에서부터 어디에 내놔도 대국을 일으킬만한 인물들이다.
그야말로 중국 고대의 역사, 왕후장상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았다.
독서는 삼독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독자인 자기 자신을 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 책에서 고마웠던 부분은 사기의 체제와 성격에서 나오는 기전체 통사의 성격부분이었다.
수업시간에도 많이 들었으나 한번에 이해가 어려웠던 이 서술방식은 제왕을 기준으로 기록한 본기와 역사상 인물과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도표 형식으로 열거한 표, 국가의 각종 제도나 사업을 집중적으로 묶어 서술한 제도사인 서, 작위나 봉록을 하사받아 세세대대로 이어지는 가운의 역사인 세가, 여러 가지 인물의 행적을 열거한 열전이라는 다섯 부분으로 사기는 이렇게 구성되었다. 다시 잊기 어려운 부분이다.
저자인 사마천을 상기하면 한 무제때의 역관, 천문관으로 활약하다 무제에게 화를 사 궁형을 당하고 은퇴하여 사기를 저술한 걸로 대부분 알고 있다. 그 궁형이라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당당하지 못하게 권력에 굴복하며 목숨을 구걸하였던 소인으로 볼 수도 있고 역사서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 게 억울하여 간청하였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찌되었던 그때의 사마천이 만약 죽었더라면 이 희대의 명저이자 최고의 역사서라 칭송받던 사기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며 중국고대사는 세상에 뜻있게 드러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마천이 “ 『시경』,『서경』의 애매한 내용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이상을 글 속에 담았기 때문이리라.
옛날 서백 문왕은 유리에 갇혔을 때 『주역』을 풀이했고,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무진 고생을 했으므로 『춘추』를 쓰게 되었다. 굴원은 추방되어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은 실명하여 『국어』를 지었으며, 손빈은 무릎이 잘리는 형벌을 받은 뒤 병법책을 지었다. 여불위는 남쪽 황무지 촉 지방으로 귀양 갔어도 그가 편찬한 『여씨춘추』는 세상에 전해졌고, 한비자는 이사의 모함으로 진나라에서 죽었지만 『세난』, 『고분』등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시경』300편은 뜻 있는 이들이 분발해 쓴 글이리라.
문왕, 공자, 굴원, 좌구명, 손빈, 여불위, 한비자 등 선현들은 모두 가슴속에 쌓인 것들이 많았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길이 없었기에 지난날을 술회하며 미래를 기약했을 것이다.” 라고 했다. 궁형 후에 그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체면을 무릅쓰고 인고의 작품으로 드러난 사기가 거짓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최고의 역사서이며 최고의 문학서로 인정받는 것은 중국에게는 엄청난 축복이지만 바꾸어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사기와 비견할만한 역사서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또한 큰 불행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국사를 연구할 때 사료의 부족함과 역사사의 빈곤은 우리나라의 많은 역사가들에게 통탄할만한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니었을까.
사기는 또한 사상서라고 한다.
사마천 개인의 폭넓은 시야와 개성으로 사마천의 견해가 담겨있어 사기를 읽는다는 것은 사마천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이것도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상가가 누가 있었나 살펴보면 또 하나의 비극이 탄생한다.
왜 우리나라는 이다지도 인물이 없었던 것일까.
그 누가 무어라 해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할 만한 인물이,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왜 없는 것일까. (위인이라기보다 사상가)
이것은 필자가 20대에 중국배낭여행을 다닐 때에도 항상 가지고 있던 고민이었다.
중국의 거대한 자금성, 엄청난 위용의 만리장성, 고도의 위용을 가진 병마총의 시안, 물의 도시 소주와 운치의 항주, 어딜가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중국과 사는 자체가 종교이자 역사인 인도에서도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보존하고 항상 곁에서 지켜보는 이탈리아와 유럽의 나라들에서도 왜 나는 항상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물론 중국도 역사의 비극인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족속들이다)
분명 사기는 최고의 역사서라는 걸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최고의 역사서는 못되어도 명저중의 하나인 역사서라도 우리나라에 있었더라면..
그래도 주어진 현실에서 과거를 되새기고 다가올 미래에서 거울 삼아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사학도의 사명이라면 적어도 내가 한번 역사서를 한번 써보겠다 하는 욕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사기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살펴보면 여불위가 아버지에게 물었다는 대목이다.
여불위가 아버지에게 농사를 지으면 이익이 몇 배인지 묻자 10배도 가능하다 답하고,
보석에 투자하면 백배도 가능하다 답한다.
제왕에게 투자해 성공한다면 이라고 묻자,
그 이익은 계산할 수도 없는 엄청난 이익이라고 답해준다.
여기서 깨달았던 것은 누구나 성공하는 방법을 알 수도 있고, 알고 있으나 여불위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번 다짐한 것은 모든 것을 다해 총력을 기울이는 그 열정과 끈기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진시황이 만약 여불위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통일의 기초는 여불위의 그 성격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시황제도 2,3세를 못가고 절대권력도 불로초는 구하지 못했으니 모든 걸 할 수 있을 듯한 권력으로도 한계를 느낀 그 참담함이 안쓰럽다.
또 지금의 시대에서는 투자가 인생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된다.
시간도 돈으로 환산되는 지금의 시대에,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지금 여불위의 아버지가 있다면 묻고 싶을 정도이다.
사면초가의 항우의 대목 또한 인상적이다.
패왕별희에서도 나오듯이 슬프면서 격정적으로 역발산 기개세의 기운을 가졌으나 명마가 달리지 않으니 우를 너를 어찌하랴, 어찌하랴 하는 대목에서는 비분강개하는 영웅호걸의 최후에서 사마천의 필력이 느껴진다.
법가사상으로 진나라로 등용되고자 마음을 가지자 순자에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며 작별인사를 했다는 이사.
그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과감한 정책입안과 실행으로 시황제를 만들었으나 마지막엔 “고향에서 누렁이를 끌고 토끼나 잡았다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랴.” 라고 탄식을 내뱉은 이사.
무릇 순자 아래서 이사와 한비자에서 시작한 이사의 본능은 그 전까지는 간발의 승리였으나 끝에 조고에게 무참히 패배하여 일족이 몰살당하게 된다. 무릇 지금의 정치도 그러지 아니한가. 역사는 항상 되풀이되고 미래는 또 하나의 과거인것을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이사도 진시황이 죽었을 때 하야했더라면 적어도 그런 비극적 말로는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교훈은 우리에게 항상 최고일 때 물러나는게 아름답다라던지 박수칠 때 떠나라던지 여러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지금 현재도 역사의 진행형이므로 개인의 선택이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전쟁의 신, 정치의 하수 한신이라고 표현된 부분도 재미있다.
토사구팽,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이용가치가 없어진다는 사자성어는 유명하다.
유방이 한신과 환담할 때 한신에게 장군들의 통솔력을 물어보는 대목에서 “짐은 몇 만명이나 통솔할 수 있겠소?” 라고 묻자 “폐하께서는 아무리 많아도 10만명이지요.” 유방이 다시 “ 그러면 그대는?” 이라고 묻자 “신은 다다익선입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야말로 엄청난 자신감이다. 하지만 그 자신감으로 토사구팽의 사자성어가 탄생하게 되니 무릇 권세가 있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아니 그 어느 때라도 말을 조심할 것. 이는 언제나 역사에서 경계하는 바이다.
실로 역사에서 글자의 획 하나, 실수로 한 말, 임금이 홧김에 내뱉은 말이 역사를 그렇게 바꾸어 놓을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런 반면에 이사와 한신에 반하는 장량같은 경우에는 어느 경우에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한 점, 신중하고 나서지 않았다는 점,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을 적에는 아예 입을 열지 않았다는 점, 신선술을 핑계로 세상사를 등졌다는 점 등으로 현명하게 자신을 보호한 명철보신의 장량에서는 또 조심스러움을 배울 수 있었다.
여유있게 대처하고 처리하는 명석함.
사기 어느 대목을 봐도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력이 살아 있는 듯하다.
사기교양강의를 다 읽고나서
유럽의 『플루타르크 영웅전』보다 2세기나 앞에 창작되었다는 『사기』.
흡사 역사서이지만 한 편의 대하소설을 보는 듯한 문학성이 가미되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사기교양강의史記敎養講義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엄청난 방대한 양의 사기를 이 한권에 다 담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사기에 입문함에 있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읽기에 무난했다.
또 마지막에는 사기의 성격과 영향, 사기의 의의 및 사마천의 일생 등 사기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유럽에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있다면, 중국에는 사기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무엇이 있을 까라는 난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번 계기로 인해 더욱 넓은 시야로 역사공부에 매진하여 2천년이 지나서도 현재의 역사서술방식에까지 영향을 주는 명저를 앞에 두고 지름길 없이 원전을 읽어보아 원사료, 고전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도 더욱 필요로 하게 되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독자인 자기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신영복교수의 말처럼 역사서를 읽고, 그 저자를 읽어보고 그에 반하여 느끼고 배워 현재를 읽어야 한다는, 자기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언제나 새롭고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하겠다.
요순우탕문무주공의 태평성대를 재현하는게 중국의 과제였고, 지금에도 그 목표는 같다.
환경은 바뀌었을지언정 사람은 바뀌지 않았고, 엄청난 변혁이 있었음에도 2천년전의 사기는 지금에도 읽히고 있다.
이를 보건대 2천년 전의 건물들은 거의 없어졌다. 2천년 전의 유물들도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 그들의 글은 살아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은 신념이다.
사마천이 가지고 있던 역사서술의 신념이 사기에 살아남아 숨 쉬고 있기에 아직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닐까.
다른 고전들 역시 마찬가지다. 뛰어난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 그리고 남들보다 뛰어난 어느 것을 살펴봐도 그런 존재에는 혼이 살아있다. 역사를 공부함에도 그런 혼을 불어넣어 확실한 신념을 토대로 연구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기를 그대로 풀어 번역하면 역사를 기록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은 다음에 그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현재를 미래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기는 그렇게 하고 있다.
사기교양강의 감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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