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랄까, 이상향이랄까. 이상형이랄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오이는 딱 내 마음속에서 어릴적부터 꿈꿔온 이상형같았다.
조용한, 지적인, 심플한걸 좋아하고, 깔끔하고 좀 냉정함이 묻어나오는 여자.
그러면서 완벽하지는 않고 조금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슬픔이 묻어나오는 여자.
또 체념적인듯 의존적인듯하면서도 과거에는 모든 열정과 젊음을 뿜어내며 사랑할 줄 알았던 여자.
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소설은 상상 속의 세계이다. 그러면서 픽션이다.
그러나 그 소설 속에 픽션속에 사실을 기대하는 심리 속에..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또 영원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리송함. 냉정과 열정 사이.
대체 그 있을법하면서도 없을 듯한 그 개념을 잡기 힘든 사차원적인 제목.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츠지 히토나리, 시오노 나나미, 미우라 시온, 야마다 에이미 최근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일본작가들의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소설계는 일본작가들에게 점령당했다싶을 정도로 그 당시 침식되어 있었다.
영화나 책이나 모든 문화에서 그렇듯 경쟁력이 있어야 버틸수 있을 것인데.
뭐 딱히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엄청나게 달라지지는 않은듯 하다. 예전만은 못해도..
간간히 우리나라소설들의 수상소식이라던지 들리기는 하는데.. 뭐랄까 관심이 안간달까
이게 어떤 문화적현상이지.. 내가 비정상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리뷰가 잠깐 옆으로 갔는데, 그만큼 에쿠니 가오리는 그 특유의 문체로 독자들을 소설속에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책을 한번 다 읽고 난후 뭔가 찜찜한데? 하는 느낌과 그 감미롭고 부드러운 커피 한잔을 한 후의 느낌이 살아있는.
올바른 것과 허벅지, 목욕을 좋아하는 여자, 그러면서 보석이나 치창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여자가 등장하는 소설
오래된 그림을 되살리는 복원사인 쥰세이
보석판매상이 된 아오이
둘은 대학시절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사이
그 이후 어이없게도 냉정하게 헤어졌다
"나는 쥰세이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았다. 강변길에서, 기념 강당앞 돌계단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에 있는 찻집에서, 우리들의 방에서. 쥰세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누구에게든, 당황하리만큼 열정을 기울여 이야기했다. 항상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했고, 그 이상으로 이해받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싶으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어버리곤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다는듯, 그리고 느닷없이 나를 꼭 껴안곤 했다.
나는 쥰세이를, 헤어진 쌍둥이를 사랑하듯 사랑했다. 아무런 분별없이."
"피렌체의 두오모? 왜 하필이면? 밀라노의 두오모는 안 돼?
쥰세이는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내내,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만나고 말았다, 고 생각했다. 교외의 조그만 대학에서, 도쿄란 불가사의한 도시에서. 영원히,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질수 없다고.
"아오이"
쥰세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그만큼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사랑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그렇게 살아가다 서른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갑자기 기억해내는 그들!
또 주인공 각자의 곁에는 또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 (?) (에라 망할 세상)
"오고 말았어."
사람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한 사람은 2분의1 몫의 사랑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글에서는 '그래,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는 상대적인 것, 둘이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둘이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
그러나 사랑의 2분의1더하기2분의1은 무한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말에서는 사랑의 힘을 노래하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에쿠니 가오리의 사생활이나 정보는 뭐 딱히 모른다는게 함정.
알면 소설이 재미없어지지 않을까? 구태여 찾지 않는다
또 하나 이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독자들이 제일 헷갈려 하는 것은 Rosso, Blue 두 권이 있는데 대체 어느 것을 먼저 읽어야 하나요? 하는 질문이다.
나도 이 책을 권했을때 지인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하곤 했는데 두 권 다 읽어본 개인적인 생각으로 순서는 전혀 상관없다. 두 작가의 탄탄한 문체와 동시에 써내려간 그 섬세한 전개와 탄력성으로 두 소설은 그야말로 어우러져 아오이와 쥰세이를 나타내는 듯한 그야말로 환상의 시너지를 가지고 있다.
또 재밌는건 굳이 두 소설을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물론 둘 다 읽으면 더 재밌다.
아니 더 열받을수도 있겠다.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과,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또 하나의 단순한 사실이 이 소설을 낳게 하였습니다." - 전율이 느껴지는 문장. 그 사랑이야기.
아오이. 아오이. 쥰세이. 쥰세이. 마빈. 마빈. 안젤라. 안젤라. 두오모.두오모. 피렌체. 피렌체.
왠지 모를 그리움이 샘솟는 책. 나의 반쪽을 찾아 헤메고 싶은 책. (이건 아직도 구현이 안됐다)
10년후 어디선가 다시 읽고 있을 책. (정확히 다시 읽은지 13년이 지났다)
그게 바로 이 냉정과 열정사이-Rosso 나의 데조로가 되었다.
인터넷구매가 - 5200원
소담출판사, 2002년
저자 에쿠니 가오리
역자 김난주
원제 冷靜と情熱のあいだ : Rosso
냉정과 열정사이는 에쿠니 가오리의 Rosoo와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열정사이Blu와 세트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릴레이합작소설이며
츠지 히토나리는 남자의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는 여자의 이야기
양억관, 김난주 부부번역가들의 번역,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만남
영원한 소재인 사랑을 다룬 릴레이 러브스토리.
하나의 소재를 대형작가들을 통해 두 권으로 나누어 쓴 기발한 아이디어.
월간 가도가와지에 2년이 넘게 연재된 릴레이연재소설로 일본의 베스트셀러다
둘을 동시에 읽지 않아도 되고 둘을 동시에 읽어도 좋은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는 2003년에 진혜림, 타케노우치 유타카주연으로 영화화되어 역시 재미있게 관람.
감독은 나카에 이사무
블로그오류로 재발행한 서평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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