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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산뜻한 그리고 무언가 있을듯한 제목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어느정도 호텔에서 일어난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선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며 책을 들었다. 하지만 반전. 너무 기분좋게 따스한 햇살 속에서 가볍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동화같은 소설이었다.
소설 중간중간 너무나 예쁜, 이야기와 어울리는 삽화들은 또 다른 재미였다.
어떤 통신사 광고카피가 기억나게 하는 소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반적인 스토리는 우습게도 진짜 모자, 진짜 오이, 진짜 숫자2가 등장한다.
우화같지만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다.
아마 에쿠니 가오리는 모자,오이, 숫자2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묘사해본게 아닌가 싶다.
호텔 선인장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호텔이 아니라 모자와 오이와 2가 살고있는 빌라의 이름이었다.
그 안에서 3명은 서로 만나게 되고, 우정을 쌓고, 서로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사람냄새가 나는 이야기들을 써내려간다.
지금 현대의 우리를 생각하면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이웃사촌. 분명히 내가 어릴 때에는 그런 단어가 있었다. 그러나 요새는 쉽게 쓰이는 표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운 단어가 되어버렸다. 씁쓸함을 느낀다.
소심한 숫자2.
꼼꼼하며 계산적인 공무원에 역시나 우유부단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몽주스만 마시는 2.
탄생배경이 "2의 아버지는 숫자 '14'이며, 어머니는 숫자 '7'이었습니다. 두사람이 나눗셈을 하였기에 2가 태어난 것입니다. 덧셈을 했다면 21이, 곱셈을 했다면 98이 태어났을 테죠. 그렇지만 2의 부모님은 나눗셈이 좋았던 모양인지, 2의 누나도 형도, 두 여동생도 모두 '2'입니다"
여운이 있는 문장이었다. 14와 7을 나눈 숫자2. 어떻게 나누어도 둘로 나누어지는 숫자 2.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할것만 같은 사람이 떠올랐다.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표현을 좋아한다.
아니, 나로써 좋아하게 만든다.
진지한,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쿨한 청년 오이. 멋진, 성실한 청년 오이. 상쾌하고 생각 깊은 청년 오이.
그리고 도둑맞을 것을 염려하지 않는 청년.
오이 - "도둑맞고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게 최고니까"
그러나 없어지고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 물건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하드보일드한, 너저분하고 위스키를 좋아하고 도박을 좋아하고 거북이를 키우며, 나중일이야 내 알바 아닌 모자.
그러나 삶의 목표가 분명히 있는, 속 깊은, 의지가 되는 형같은 존재인 모자.
내 친구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함께 했던 나날이 생각났고, 어릴적 동네아이들과 함께 했던 놀이들.
순수했던 기억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일탈과 일상.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사람은 혼자일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사실은 진리인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는 소설 어디에나 가슴깊이 파고드는 문장들을 새겨놓았다.
경마장에서 돈을 다 잃어 한사람차비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숫자 2가 모자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이별을 앞두고 친구들을 위해 집을 꾸미고 마련한 오이.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 회자정리는 당연하다. 그러나 맺어짐의 그 인연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언제나 추억은 돌아온다. 그리고 일상은 지나간다.
'호텔 선인장', 이것이 이 아파트의 이름이었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인데도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호텔 선인장에는 일찍이, '모자'와 '오이'와 숫자 '2'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는 검은 고양이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그리운 아파트는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문장이 그저 그랬다. 하지만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다시 한번 읽었을때
너무나 가슴아픈, 너무나 슬프고 아련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같이 살아있는 문장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내 친구들은 어디로 흩어져 있는걸까. 항상 함께였던 가족들에게 나는 어떻게 하고있는가.
나는 이제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버린건 아닐까.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그렇게 호텔 선인장은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사색과 기분전환을 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 그리운 아파트는 이제 어디에도 없겠지만 책을 읽은 독자 마음속에 호텔 선인장이 어디에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해.
자네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 2
블로그포스팅오류로 재작성하여 다시 포스팅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선인장 독후감 도서서평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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