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쳇 농부가 bmw를 타고 다닌다고? 편협한 마음과 깨달음

Gloomy@ 2021. 5. 21. 08:00
반응형

한 반년전인가 몇달전인가

언젠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다

친구가 유행하는 호버보드?

내 꺼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전동 이륜차 같은걸 샀는데 재밌다고 타러 오라고 해서

야밤에 경기도 양주에서 타고 논적이 있다

전동 킥보드하고 오토바이와 달리 타는 맛도 있고 날씨도 괜찮아서 매우 재밌게 즐겼다

그렇게 호버보드를 타던 중 내 눈에 지나간 팻말이 있었다

호버보드를 타고 지나갔기 때문에 내 시야에서는 이 팻말이 이런 정도로 보였다 

아 이 앞에 공터에서 도시농부일을 하는구나 그렇구나 그런데 텃밭에 올 때 bmw를 타고 온다고?

하며 지나쳤었다 한 10초 생각했나

혼잣말이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우리나라도 진짜 속세가 다 됐네  bmw를 타면 타는거지 뭐 bmw를 탄다고 자랑질을 하냐 진짜.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 농부란 직업의 신장을 노려서 팻말을 세운거냐고. 농부도 잘나간다고 자랑하는거야? 

진짜 요새 농부들도 엄청나게 버나보네' 

이렇게 해서는 안 될 다른 직업에 대한 안 좋은 말까지 내뱉어가며 속이 배배 꼬여갔다. 

그런데 그 순간뿐이었지 스릴있는 호버보드를 타다보니 금새 잊혀졌다 

 

 

그리고 몇달 뒤 이번엔 그 친구와 주말에 만나 술을 같이 마셨다.

술을 깨려고 야밤에 산책을 나갔고 몇달 전 심사가 뒤틀린 그 곳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그때는 속도감 있게 지나가느라 못봤던 팻말도 하나 더 있었다. 

경기북부 도시농부학교 양주 버들텃밭이라는 곳이었다 어하고개 가는 쪽에 박혀있다

"너 이거 봤냐 요새 농부들도 엄청나게 버나봐. 다 bmw 타고 다닌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하고 예전에 봤던 그 팻말을 가르켰다

 

아니 술이 덜 깼나 bmw가 버스 전철 걷기로 둔갑해 있는게 아닌가.

bus metro walk를 줄여서 bmw라고 표시한 모양이다.

참 쓸데없는 아재개그를 팻말로 세워놨던 것.

친구도 뭐 이런 어이없고 재미없는 개그가 있냐며 아무일 아닌듯 걸어갔고 나도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란데 팻말로 bmw 타고 다닌다고 자랑을 하겠어.... 나도 참...'

하고 다시 지나쳐가는데 술이 한번에 확 깨는게 아닌가. 

물론 호버보드를 타고 빠르게 지나쳤기 때문에 '텃밭에 올 때 bmw' 만 보였던 내가 오해할 수는 있었다

적어도 팻말이 쓸데없고 재미없는 아재개그를 시전한건 사실이니까

문득 무언가 창피했다. (트리플A형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속에 담아두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여유있는 편이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비교적 넓은 마음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나였다

그런데 그때 속마음은 어떠했는가.

이제 삼십대를 넘겼고 조금은 원숙해지고

둥글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편협하고 짧은 생각과 부족한 마음을 가진 내가 그대로 거울에 서있는 듯한 일이 되어 버렸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창피했고 나의 마음수행이 아직도 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게 부끄러웠다

그래 맞다.

삼십대 들어서 내가 하는일이 뭔가?

출근 퇴근 먹고 자고 출근 퇴근

주말에 늘어지게 또 자고 약간의 유흥

그리고 또 그것의 반복

나의 마인드와 마음공부는 어느 수준인건지 반성이 됐고 항상 자주 나오는 예시가 생각났다. 

1) 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네. 

2) 컵에 물이 반밖에 없네 .

이런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마인드테스트 같은 것

그래 1번같이 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고 감사하며 만족할줄 아는 마인드가 중요하지.

그런데 또 문득 이런 생각도 같이 들었다.

내 앞의 친구는 물 한 컵이 꼭 필요한데

'목마르지 다행히 물이 반컵남았네

난 괜찮으니 너 다 마셔'

'아니 난 한컵이 필요한데' 

'넌 왜 이렇게 세상에 불만이 많냐

반컵이 있는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   

  '...............'

뭐 이런 오류는 범하지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일본 대하소설인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았을때

혼아미 코에츠라는 칼 감정인에게 자기 부하들에게 상으로 내리고자

B급이 되는 칼도 A급으로 감정하여 조작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혼아미 코에츠는 만화 좋아하시는분도 아실수 있는데 배가본드에도 출연하는 캐릭터)

정의라는 두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람이라 그 명령에 엄청난 거부감과 회의감을 가지고

그 당시의 다도의 명인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여러 제후들의 정신적 스승을 자부하고 있던 다인 리큐를 찾아간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어떻게 해야 되느냐

코에츠가 묻자 리큐는 히데요시는 원래 그런 성격을 가졌으니 융통성을

발휘하고 그 명령을 지혜롭게 거부하여 요양할 것을 조언해준다 그리고 코에츠와 대화를 나눈다

 

코에츠 "그럼 거사님은 이 코에츠에게 히데요시라는 찻잔에 담긴 차도 그대로 마시는 아량을 가지라는 말씀입니까"

리큐 "그렇지는 않아. 자네는 자네대로 허용할수 있는 마지막 선이 있을거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그것이 있네

이것만은 서로 굽히지 말도록 하세 그러나 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분노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하네" 

 

러나 코에츠는 어찌됐든 권력자에게 굴복해야하는 자신이 비참해 눈물을 흘리는데 리큐가 말을 건내는 장면에서

 

코에츠 "저는..저는 지금까지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리큐 "그렇지 않아! 다음에 이와 똑같은 어려움을 당할때, 자네는 도를 위해 용감하게 죽을 수 있는 큰 경험을 한것일세"

갑자기 생각난 소설의 에피소드에서 다시 나도 깨달음을 얻는다. 

편협하고 어리석은 생각 그리고 좁은 마음을 가졌었지만 이제 내 마음을 마지막 선까지 밀어내둔다

그리고 다음에는 용감하게....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공부를 다시 하게 된 일을 기록해본다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