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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가난한 사랑 노래

Gloomy@ 2008. 11. 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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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약간 익숙하지 않은 단어.
그러면서도 상당히 익숙한 단어.
가진 자와 못가진자.
가난하다. 라는 공허한 문장에서 오는 신경림시인이 느꼈을
젊은이의 눈물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지금도 그러하다.
물질의 가난함보다 마음의 가난함이 더 심하다는 현실에
지금도 그러하다.
과연 나는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는가.
가난때문에 이별했을 그 안타까운 사랑에 건배.
가난때문에 더 행복했을 그 아름다운 사랑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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