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ind&history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시인이자 번역가 류시화의 작품들을 꺼내보며

Gloomy@ 2022. 7.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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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책이 읽히지 않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랄까
활자공포증에라도 걸린듯..
책을 펴기만 하면 10분이상 읽기가 힘들다
집중력이 산만해져 10분지나면 스마트폰을 봐야할듯, 인터넷방송을 봐야할듯, 유튜브를 봐야할듯, 인터넷신문기사를 봐야할듯.. 어느 정치적사건을 읽어봐야할듯한 거의 병적인 산만함이 요새 나를 지배하고 있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그럼 이 집중력 산만함을 떨쳐내려면 어떤 책을 골라야할까 책장을 뒤지니까 내가 이런책을 가지고 있었나 할 정로도 이외의 책들이 정말 많다..
이런 책들을 다 사서 읽을 정도의 열정이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띄었던건 류시화시인의 책들이었다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성자가 된 청소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아니 이거 말고 1-2권은 분명히 더 가지고 있었던거 같은데 어디 처박혀있는지를 모르겠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나 영혼을 위한 닭고기스프정도는 분명히 가지고 있었던거 같은데..

1. 류시화시인의 창작시에서는 개인이 아닌 타인의 존재를 깊이 느꼈다. 아니, 자연의 존재를 보았다.
나 혼자라는 생각보다는, 누군가 곁에 있어 삶의 이유를 누군가에게 부여하는 박애의 마음을 느꼈다.
정서적으로 삭막해지는 이 세상에 관념적이지 않고, 현세를 반영하지 않는 초연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려는 태도의 표현이 멋들어지게 들어가 보인다.
잠언은 격언(格言)과 마찬가지로 가르쳐서 훈계하는 뜻이라고 하는데, 잠언시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깊이 감화될 수 있는 표현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류시화시인의 잠언시는 기존 시를 접하는 방법이었던 암기나 시의 분석보다는 잠언시의 특성상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삶의 지표를 가르쳐주고 쉽게 인식하여 삶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또한 시집발표의 시기가 당시 한국사회에서 필요로 했던 치유, 변화를 함유하고 있어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킨 듯 하다.

2. 류시화시인의 번역서 중에서 내가 읽은 것은 예언자와 오쇼 라즈니쉬와 관련된 명상서적들이다.
90년대후반 이후 인도로 떠난 여행자라면 다 한번쯤은 읽어봤을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역시 나에게 인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어 인도여행을 결심하는데 한 역할을 담당했다. 코드는 분명하다. 인도철학과 명상, 평화, 치유, 그리고 그로 인하여 가질 정서의 충만함, 행복감. 창작시보다는 본인이 느낀 그 정서를 전달하기 위한 번역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영적지도자로 알려진 달라이라마와 틱낫한 등의 영적가르침을 주로 소개해주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으면서 류시화시인의 번역서로 읽지는 않았지만 류시화시인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번역해서 책을 펴냄을 알게 됐다.

3. 류시화시인의 창작, 번역, 기획 등이 다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현대의 한국사회에 결핍되어 있는 정서들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전쟁이후 산업근대화 이후, 민주화 이후, imf이후의 현대까지 한국사회는 60여년의 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고 사회도 그만큼 각박해졌다.
표현하지 않아도 모두 지쳐있고 심적치유를 원하고 있었고 류시화시인의 창작과 기획은 그런 점에서 적절하게 대중들의 마음속에 깊은 영감을 남겼다. 또한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인도와 명상이라는 주제는 생소하면서도 어느 정도 불교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소통될 수 있는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흔하지 않은, 그러나 대중 모두의 마음에 하나씩 영향을 줄 수 있는 참신함이 성공요소의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이유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철학과 명상, 그리고 달라이라마라는 요소는 한국사회에서는 참신하면서도 어느 정도 금단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중국과의 관계도 그럴뿐더러 한국에서는 모두 생소한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류시화시인의 번역서와 시에서는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시도해보기 바란다, 나는 이런식으로 평화와 안식을 얻었다라는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줄 뿐,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분이라는 뉘앙스를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것 역시 주요요인으로 생각된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류시화시인의 이미지는 약간 건방진 위선자라는 인식이 있는데 어디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선한 영향과 악한 영향을 동시에 받았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어떤 인터뷰였던지..
오해라는게 잘못된 인식이라는게 무섭다
시간지나서 왜 내가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니까..

5. 류시화시인은 1958년생으로 본명은 안재찬이고 필명이 류시화이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를 나와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아침을 통해 데뷔한 시인이자 번역가이다.
이제 벌써 환갑을 지났을 그가 신작 에세이라던지 시집모음이라던지 작품들이 계속 출간되어 활동하는것은 반갑다..
류시화씨의 또 하나의 인도여행기 지구별여행자도 몇년전에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못읽어봤지만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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